일기가 아니고 주기

월요일>>

저녁을 먹고 막내님과 옆 동에 산책을 갔더니 ‘소원을 이뤄주는 무슨 무슨~기억이 안남~ 도깨비 나무’
이벤트를 하고 있었다. 색종이에 소원을 적어 딱지 접기를 해서 스티커로 붙이는 행사였는데
막내님이랑

 ‘호호. 요즘 이런 걸 믿는 애들이 있나요’

 ‘그러게 말예요. 호호호’

라고 말하면서 나도 막내님도 이미 소원을 쓰고 있었다.
일부러 삐뚤삐뚤하게 막 입학한 초등학생의 글쓰기를 흉내내며
‘그림을 잘 그리게 해주세요’ 라고 쓰고 있었더니 옆에서 막내님이

‘와, 선배. 그거 초등학생 글씨 따라한게 아니고 진짜 초등학생 글씬데요’ 라고 감탄을 하고 있었다.

내 소원을 적어 도깨비 나무에 붙이고 막내님의 소원은 무엇인가 하고 보았더니
‘회사 망했으면…’ 이라고 쓰고 있었다. 무서웠다.

막내님의 소원도 붙이고 문득 진짜 어린이들의 소원은 무엇일까 궁금해
나쁜 줄 알면서도 아무 소원 종이나 펼쳐 열어보았다.
거기엔 어설픈 글씨로 ‘나중에 커서 똑똑해져서 서울대가면 좋겠다’ 라고 적혀 있었다.

 

화요일>>

이번 스케쥴을 듣고 화가 났다.

 

수요일>>

이번만이 아니고 다음 스케쥴도 듣고 모두가 다 같이 화가 났다.

목요일>>

위경련 찌방

 

금요일>>

팀장님이 다른 분들을 포함해 점심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메뉴를 정하라고 하시길래
‘돈까쓰!!’ 하고 외쳤지만 무시당했다.
다시 물어보시길래 ‘돈까쓰!!!’ 하고 또 외쳤더니 ‘너 그거 먹으면 죽어!!!’ 라고 하셨다.
점심을 먹고는 다른 분이 커피를 사주신다고 하셨다. 나는 커피를 마셔도 죽을 수 있기 때문에
바닐라 라떼로 부탁드렸다. 팀장님이 ‘오늘 왜 이렇게 막나가니’라고 하셨지만 무시했다.

계단으로 올라가는 길에 일행 중 한 분이 갑자기 ‘칼퇴 고양이다!’ 하고 외치면서
계단 위의 고양이를 쫓아가셨다. 다들 뭐야 뭐야 하면서 당황하고 있으니

저 고양이 자주 안 보이는데 길가다 보는 날이면 칼퇴를 한다고 말하자마자
다들 고양이를 찾아 계단을 뛰어올랐다. 어쩐지 넘나 슬픈 것인…